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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지내며

명절을 지내며 조 은 미 나이 탓인지 꿈지럭 거리는 것도 꾀가 나고 코로나 핑계로 명절 당일 점심이나 한 끼 같이 먹자고 아이들 한데 음식 한 가지씩 해오라 이른 터라 딱히 명절 전날 할 일이 없어 너무 한가해 어쩐지 세상 주부들이 다 바쁜데 나만 혼자 호사 떠는 것 같아 좀은 면구스럽고 이래도 되나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체면 면피 용으로 더덕 구이, 시금치 나물 , 숙주 나물, 셀러드 거리를 장에 가서 사다 놓고 명절 아침엔 일찍부터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하고 부지런 떨며 밑반찬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 시댁에 먼저 다녀온 딸이 일본식 전골에 왕새우 찜을 준비하고 며느리가 마블링이 잘 되 맛깔스런 한우 로스를 구워내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먹는 이상으로 훌륭한 메뉴에 모두 행복한 명절을 보냈다. ..

또 다른 나를 찾아서

또 다른 나를 찾아서 조 은 미 젊을 때는 그리 시간이 빠르게 지나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나이들어보니 어찌 이리 시간이 빠른지! 70대는 7배속으로 달리는 것 같다. 그만큼 몸도 마음도 더 빨리 노화가 진행된다. 며칠 있으면 명절이 다가오는데 마음은 늘어지기만 한다. 이맘때면 식구들 먹을거라도 미리 장만하며 부지런을 떨었는데 올 설엔 그것도 귀찮아 명절 당일 모여 점심 한 끼 밥이나 같이 먹자 미리 오지도 말라 선을 그어주고 딸, 며느리 한테 음식 한 가지씩 해오라 이르는 게으름이 당연스럽게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참 하루가 다름을 실감한다. 어느새 몸 편한게 좋아질 만큼 나이를 느낀다. 몸 뿐만이 아니라 감성도 늙는지 등단 시인입네 익지도 않은 시자만 습작일 망정 왕성하게 다작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왕시 백운 호수 근교 맛집 ㅡ 선일목장

의왕시 백운 호수 근교 맛집 ㅡ 선일목장 조 은 미 며칠 방콕 신세에 우울이 혀 내놓고 낼름거리는 날 퍼들 퍼들 살아 바다 냄새가 짭조름히 씹히는 기장 미역 한 오가리 물에 불려 참기름에 달달 볶아 뽀얀 국물 바특하게 우려내 속까지 지져낼 것 같은 뜨끈한 미역국 한 냄비 넉넉히 끓인다. 잘 익은 김치 한 보시기 꺼내놓고 우울도 한 술 같이 말아 후후 불어 가며 훌훌 넘긴다. 이런 날은 미역국이 이상스레 땡긴다. 생일 날이면 엄마가 끓여 주시던 진한 향수가 배어있는 미역국 한 그릇에 가끔 생뚱맞게 찾아 오는 외로움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힐링을 느낀다. 아 얼마나 맛난지! 혀끝에 감도는 고소한 감칠 맛이 입에 짝짝 붙는다. 과천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상쾌한 바람이 코에 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