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힘을 얻으며 조 은 미 아버지 가신지도 벌써 20여일이 넘어간다. 삶의 소망을 잃은 육체의 껍질을 벗고 고통이 없는 천상의 새 거처로 옮기신 것이 아버지 당신에게도 말할 수 없이 감사한 은혜이고 나도 한 가닥 큰 책임을 벗은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 뿌리가 잘려나간 것 같은 허함은 마음에 큰 상실의 구멍을 남긴다. 갑자기 머릿속이 비어 오고 모든 것과 단절된 느낌은 70 넘은 나이에도 왜 고아라는 생경스런 느낌이 나를 압도하며 그리 강하게 파고드는지! 글 한 줄 써지지않는 막막함 가운데 모처럼 강릉 겨울 바다를 보러 나선다. 마음 맞는 벗과 둘이 Ktx에 몸을 싣고 도란거리며 기차 여행의 향수에 젖어본다. 평일인데도 강릉역은 사람들로 북적 거린다. 바다가 바로 손 뻗으면 잡힐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