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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감사

그러므로 감사 조 은 미 한참 비워놓았던 시골 집에 구정 전 성묘 다녀오는 길에 잠깐 들렸더니 아뿔사 수도가 얼었는지 물이 안나왔다. 오래 머물 형편도 못 되고 명절 밑에 다 휴무니 누구를 불러댈 형편도 아니라 명절 지난 뒤 처리하기로 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돌아나오며 더 곤란한 큰 일로 번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보일러 동파로 이어져 큰 낭패를 당한 경우를 가까운 친구에게서도 들은 터라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어 무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고 오늘 서둘러 시골 집을 찾았다. 차창가로 따라오는 햇살이 얼마나 따뜻한지! 잔설이 남아있는 도로가 아직 겨울임엔 분명한데 곳곳에 봄이 곧 터져나올 듯 따사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허기사 내일이 벌써 입춘이니 이제 동장군의 기세도 끈..

명절을 지내며

명절을 지내며 조 은 미 나이 탓인지 꿈지럭 거리는 것도 꾀가 나고 코로나 핑계로 명절 당일 점심이나 한 끼 같이 먹자고 아이들 한데 음식 한 가지씩 해오라 이른 터라 딱히 명절 전날 할 일이 없어 너무 한가해 어쩐지 세상 주부들이 다 바쁜데 나만 혼자 호사 떠는 것 같아 좀은 면구스럽고 이래도 되나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체면 면피 용으로 더덕 구이, 시금치 나물 , 숙주 나물, 셀러드 거리를 장에 가서 사다 놓고 명절 아침엔 일찍부터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하고 부지런 떨며 밑반찬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 시댁에 먼저 다녀온 딸이 일본식 전골에 왕새우 찜을 준비하고 며느리가 마블링이 잘 되 맛깔스런 한우 로스를 구워내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먹는 이상으로 훌륭한 메뉴에 모두 행복한 명절을 보냈다. ..

또 다른 나를 찾아서

또 다른 나를 찾아서 조 은 미 젊을 때는 그리 시간이 빠르게 지나는 걸 실감하지 못했는데 나이들어보니 어찌 이리 시간이 빠른지! 70대는 7배속으로 달리는 것 같다. 그만큼 몸도 마음도 더 빨리 노화가 진행된다. 며칠 있으면 명절이 다가오는데 마음은 늘어지기만 한다. 이맘때면 식구들 먹을거라도 미리 장만하며 부지런을 떨었는데 올 설엔 그것도 귀찮아 명절 당일 모여 점심 한 끼 밥이나 같이 먹자 미리 오지도 말라 선을 그어주고 딸, 며느리 한테 음식 한 가지씩 해오라 이르는 게으름이 당연스럽게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참 하루가 다름을 실감한다. 어느새 몸 편한게 좋아질 만큼 나이를 느낀다. 몸 뿐만이 아니라 감성도 늙는지 등단 시인입네 익지도 않은 시자만 습작일 망정 왕성하게 다작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