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25

겨울의 길목에서

겨울의 길목에서 조 은 미 가을 옷 꺼내 입을 새도 없이 겨울이 성큼 다가선다. 어깨에 걸리는 코트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다. 어느새 계절을 몸으로 가늠할 나이가 되었는지! 무릎이 시리고 가슴 한켠으로 찬 바람이 스친다. 시장 좌판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 칼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몇 십년 한 자리서 나무 도마가 패이도록 대를 물려오는 소문난 칼국수 집 . 어머니는 연만하셔서 시장을 안나오시는지 따님 혼자 칼국수 써는 손길이 분주하다. 인심도 후해 철철 넘치게 한 대접 그득 담이준다. 뜨끈한 국물을 훌훌 불어가며 추억을 넘긴다. 한결같은 손 맛 ! 한 대접이 모자라던 입맛이 나이가 드니 맛은 여전한데도 한 그릇을 다 비우기가 버겁다. 반이나 실히 남기며 예전 처럼 맛나게 못 먹어주니 미안한 생각이든다...

커피 염색의 진실

커피 염색의 진실 조 은 미 먹는 게 머리로만 가는지 참말 야속하게도 염색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햐얗게 흰 머리가 올라온다. 아직 백발로 다니긴 남사스러워 한 달 도리로 염색을 하게 되니 머리결이 윤기가 없어지고 바시시해져서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유투브를 검색하다 천연염색 팝엎이 뜨길래 열어보니 커피 염색에 대해 자세한 시연을 곁들인 동영상이 뜬다. 그 외에도 감자, 바나나등 여러 천연재료를 이용한 염색법이 주르르 소개되어 있다. 집에 있는 재료니 여기 저기 좋다는것은 다 넣고 염색 팩을 만들어 본다. 머리 길이에 따라 양이 다르겠지만 일단 바나나 1개를 잘 으깨어 놓고 커피 2 큰술을 따뜻한 물 2 큰술 정도 넣어 녹인 후 꿀 1 큰술, 마요네즈 1 큰술, 소금 한 꼬집 정도 넣어 고루 ..

여자로 태어난 천복

여자로 태어난 천복 조 은 미 골이 깊어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이곳은 어디를 봐도 가을빛이 연연하다. 절친 몇이 오는 날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찍 잠이 깬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더 드러누울 마음도 없어 서둘러 뭐라도 하나 더 먹여 보내려 재게 손을 움직인다. 멸치 다시마 육수 내어 소고기 무국 시원하게 끓이고 비름나물 삶아 새콤달콤 무치고 묵은지 빨아 된장 들기름 넣고 조물거려 삼삼하게 찜해놓고 갖은 야채 볶아 잡채도 만드는 김에 이웃집도 한접시씩 돌리려 한 양푼 푸짐히 무쳐놓는다. 10시 조금 지나니 왁자하게 반가운 목소리가 현관을 넘는다. 정말 얼마만 인지! 일년치 묵혔던 수다가 늘어지고 며늘아이가 사준 빨간 코트를 돌려가며 입고 모델이 되어 화보도 찍고 술 한 모금 안먹어도 한 낮을 깨가 ..

셀리의 법칙

셀리의 법칙 조 은 미 어느새 아침 저녁 바람이 선득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좋은 일이 생기더니 연이어 기분 좋은 일이 겹쳐 생긴다. 오후에 한참 비워둔 시골 집에 갈 요량으로 부지런히 볼 일을 보러 집을 나선다. 오랜만에 길 건너 긴고랑 카페 주인장과 눈이 마주쳐 수 인사를 나눈다. 잠깐 들어 오시라며 갓 볶은 커피를 갈아 내린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내온다. 늘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고마운 이웃! 커피 보다 더 따뜻한 가슴이 된다. 서둘러 도착한 아차산역 1번 출구 근처 바른훈 치과 반갑게 맞는 간호원부터 원장선생님까지 어찌 그리 친절하신지? 너무 고마워 멀쩡한 이라도 자주 보이러 오고 싶을만큼 기분이 좋다. 윈장님께서는 진료도 꼼꼼히 잘 보시지만 설명도 잘 해주시고 무엇보다 정직하고 착한 가격이 ..

만남지에 실린 기쁨

영락 교회 월간지에 내 시가 실렸다. 9월의 기도가 간절한 엄원이 된다. 주여 이 땅을 회복해주소서. 9월의 기도 조 은 미 무자비한 코로나 휩쓸고간 자리 꿈을 잃은 사람들 산봉우리 끌어눕힌 가슴마다 해님 향해 눈 맞추는 해바라기 닮게 하소서 창조 질서 거스르고 대적하며 가치관이 혼돈된 불신의 시대 서로를 증오하며 높이 쌓는 이념의 벽 깊고 맑은 9월의 하늘 바라보며 사랑과 이해로 하나 되게 하시고 거룩함과 평화로 우리 안을 채우소서 거짓이 판치는 어둠 속 기도를 들으시고 밝은 빛으로 인도하시며 의인의 굽은 길을 펴주시는 당신 애통한 가슴마다 해가 내려와 사는 꿏밭 알알이 들어찬 희망 옹골 차게 익어가게 하소서

염원

염원 조 은 미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니 마음도 어째 을씨년스러운게 추워진다. 털스웨터를 꺼내입으니 조금 썰렁한 기운이 가신다. 계절은 기다리지 않아도 그리 무심히 가고 온다. 명절 연휴도 끝나고 일상으로돌아온다. 며칠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늘 걷던 길가 백도라지 둘러핀 묵밭에 보랏빛 도라지꽃 하나 피어 당당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과 다르게 산다는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끼리끼리 문화가 대세인 우리 사회에서 자칫 색깔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되어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 있는 쪽에 엎드려 아부하며 콩도 팥이라고 우격다짐으로 옳소옳소 할 때 그래도 콩은 콩이라 말 할수 있는 용기와 뚝심있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지도자 부재의 시대! 흰 꽃밭에 홀로..

순간을 행복하게

순간을 행복하게 조 은 미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일생이 된다. 순간순간이 행복하다면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것이리라. 때로 우리는 내 것도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이미 내 시간이 아닌 과거의 상처나 후회로 불행한 현재를 만들며 사는 어리석음 속에 얼마나 많은 인생을 낭비하고 사는지! 지금 내 것인 현재를 사랑하며 아름다운 과거를 만들고 축복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면 늘 행복한 빛깔로 물들이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명절 끝자락 생각지도 않은 절친 몇의 번개 방문으로 명절 보너스를 누린다. 아무 준비 않해도 무시로 마음 하나 통하면 집을 오고 갈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 중의 축복인 것 같다. 명절 끝이라 음식 따로 장만하는 수고 없이 대접할 수 있어 좋고 명절 ..

명절의 끝에서

명절의 끝에서 조 은 미 어느새 명절 연휴도 끝자락에 와 있다. 참 시간이 빨리도 지나간다. 딸네 식구는 어제 돌아가고 아들 내외만 남았다. 며느리가 워낙 눈치 빠르게 조수 노릇을 잘 하고 한 끼에 한 가지씩만 새 메뉴로 상을 차리니 음식 하기가 힘들 것도 없고 고부간에 모처럼 부엌에서 허물없이 정겨운 시간을 갖는다. 단촐한 식구니 그렇지 대가족이 모이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리라. 시장 봐온 것도 다 떨어져 가고 비프스테이크를 마지막으로 아침 먹으며 이제 고만 늘어붙고 집에들 가줘라고 농담을 한다. 며느리는 여기 있는게 친정있는 것 보다 편하다며 짐쌀 생각이 없다. 마침 텃밭에 고추, 가지가 아직 달려있어 부리나케 따다가 고추잡채를 후딱 만들어 꽃빵과 함께 내놓고 녹두전 남은 것 마져 부쳐 점심을 대신한..

생각의 전환

생각의 전환 조 은 미 추석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정갈하게 집안 청소를 하고 곱게 싸두었던 시어른 양위분, 친정 엄마, 남편 네 분의 영정 사진을 꺼내 진설하고 뜰에 피어 있는 가을 꽃을 끊어다 화병에 꽂고 촛불을 밝힌다. 격식 갖춰 차례상을 차리진 않지만 마음만은 정성스레 예를 다하고 사랑하던 분들을 추억한다. 평생에 잔소리라곤 입에 올리지 않고 사셨던 시어른들! 몇 십년 모시고 살았지만 큰 소리나는 일 한 번 없이 서로 구순하게 살수 있었던 건 후덕하시고 인자 하시던 어머님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당신 눈에 부족하고 거친 게 오죽이나 많았으련만 어디 가서 며느리 험담 물어내지 않으시고 늘 칭찬으로 소문 내주시던 어머님! 어머님 돌아가신 후 10년도 넘게 홀시아버님 모시며 그리 힘든 줄 모르고 살..

해피 추석

해피 추석 조 은 미 엊저녁 늦게 아들 내외가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대문을 할짝 열어두고 목이 늘어지게 기다린다. 지방 사는 아들 며느리와의 오랜만의 해후가 반갑다. 아침에는 며느리 조수 삼아 정성껏 재운 갈비랑 잡채로 식탁을 차린다. 입이 함박만해진 아들이 엄마 표가 제일 이라고 행복해한다. 며느리도 어머니 손맛이 환상이라며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먹는 모습만 봐도 절로 행복해진다. 싹싹하기 참배 맛 같은 며느리는 어느새 가방을 열더니 "어머니 작년보다 10 만원 인상했어요 " 하면서 봉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대며 애교를 떤다. 어찌 그리 귀여운지! 송편, 인절미, 과일까지 푸짐히 사들고 요즘같이 어려운 때 용돈까지 인상해서 내미는 며느리의 넉넉한 마음씀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지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