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529

순간을 행복하게

순간을 행복하게 조 은 미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일생이 된다. 순간순간이 행복하다면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것이리라. 때로 우리는 내 것도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이미 내 시간이 아닌 과거의 상처나 후회로 불행한 현재를 만들며 사는 어리석음 속에 얼마나 많은 인생을 낭비하고 사는지! 지금 내 것인 현재를 사랑하며 아름다운 과거를 만들고 축복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면 늘 행복한 빛깔로 물들이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명절 끝자락 생각지도 않은 절친 몇의 번개 방문으로 명절 보너스를 누린다. 아무 준비 않해도 무시로 마음 하나 통하면 집을 오고 갈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 중의 축복인 것 같다. 명절 끝이라 음식 따로 장만하는 수고 없이 대접할 수 있어 좋고 명절 ..

명절의 끝에서

명절의 끝에서 조 은 미 어느새 명절 연휴도 끝자락에 와 있다. 참 시간이 빨리도 지나간다. 딸네 식구는 어제 돌아가고 아들 내외만 남았다. 며느리가 워낙 눈치 빠르게 조수 노릇을 잘 하고 한 끼에 한 가지씩만 새 메뉴로 상을 차리니 음식 하기가 힘들 것도 없고 고부간에 모처럼 부엌에서 허물없이 정겨운 시간을 갖는다. 단촐한 식구니 그렇지 대가족이 모이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이리라. 시장 봐온 것도 다 떨어져 가고 비프스테이크를 마지막으로 아침 먹으며 이제 고만 늘어붙고 집에들 가줘라고 농담을 한다. 며느리는 여기 있는게 친정있는 것 보다 편하다며 짐쌀 생각이 없다. 마침 텃밭에 고추, 가지가 아직 달려있어 부리나케 따다가 고추잡채를 후딱 만들어 꽃빵과 함께 내놓고 녹두전 남은 것 마져 부쳐 점심을 대신한..

생각의 전환

생각의 전환 조 은 미 추석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정갈하게 집안 청소를 하고 곱게 싸두었던 시어른 양위분, 친정 엄마, 남편 네 분의 영정 사진을 꺼내 진설하고 뜰에 피어 있는 가을 꽃을 끊어다 화병에 꽂고 촛불을 밝힌다. 격식 갖춰 차례상을 차리진 않지만 마음만은 정성스레 예를 다하고 사랑하던 분들을 추억한다. 평생에 잔소리라곤 입에 올리지 않고 사셨던 시어른들! 몇 십년 모시고 살았지만 큰 소리나는 일 한 번 없이 서로 구순하게 살수 있었던 건 후덕하시고 인자 하시던 어머님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당신 눈에 부족하고 거친 게 오죽이나 많았으련만 어디 가서 며느리 험담 물어내지 않으시고 늘 칭찬으로 소문 내주시던 어머님! 어머님 돌아가신 후 10년도 넘게 홀시아버님 모시며 그리 힘든 줄 모르고 살..

해피 추석

해피 추석 조 은 미 엊저녁 늦게 아들 내외가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대문을 할짝 열어두고 목이 늘어지게 기다린다. 지방 사는 아들 며느리와의 오랜만의 해후가 반갑다. 아침에는 며느리 조수 삼아 정성껏 재운 갈비랑 잡채로 식탁을 차린다. 입이 함박만해진 아들이 엄마 표가 제일 이라고 행복해한다. 며느리도 어머니 손맛이 환상이라며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먹는 모습만 봐도 절로 행복해진다. 싹싹하기 참배 맛 같은 며느리는 어느새 가방을 열더니 "어머니 작년보다 10 만원 인상했어요 " 하면서 봉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대며 애교를 떤다. 어찌 그리 귀여운지! 송편, 인절미, 과일까지 푸짐히 사들고 요즘같이 어려운 때 용돈까지 인상해서 내미는 며느리의 넉넉한 마음씀이 고맙고 사랑스러워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지난 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조 은 미 명절이라고 모두 모여야 6명뿐인 단촐한 식구지만 코로나로 인해 예년 보다 더 썰렁한 추석이 될것 같다. 이런 땐 장이라도 풍성히 봐 놓아야 허한 마음이 가실 것 같아 며칠 전부터 넘치게 장을 본다. 명절에 지글지글 기름 냄새도 풍기고 뭔가 좀 바빠야 명절 맛이 날 것 같아 억지로라도 일을 벌려 만드느라 공연히 분주하다. 특별히 차례상을 차리는게 아니라서 제수 음식을 장만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유투브에서 배운 요리 실력을 한껏 발휘해 식구들 입맛을 즐겁게 해줄 생각에 이것 저것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다. 적은 식구에 곰비함비 다 먹지도 못 할만큼 음식을 과하게 준비하는 채울수 없는 이 허기는 어디서 오는 건지! 아마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명절 장을 보는 ..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조 은 미 이번 추석엔 코로나 여파로 성묘도 당일 한꺼번에 오지말라는 공원 묘원측 당부 문자를 받은 터라 가까이 사는 딸과 미리 성묘를 다녀오려 집을 나선다. 가을 하늘이 깊고 유리알 처럼 맑다. 날씨도 유난히 청명하다. 제법 성묘객들이 눈에 뜨인다. 잘 단장된 공원 묘원에 올 때마다 화장해 흔적도 없이 뿌리는 것 보다 작은 비각이라도 세우고 안장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보고 싶을 때 달려오면 위로가 되고 비문에 새겨진 사진을 대할 때마다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며 피어오르는 그리움을 달래기도 한다. 망자들의 안식처에 오면 왠지 숙연해지고 경건해지며 심경이 복잡할 때, 어떤 일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때 찾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누구나 가야 하는 길! 앞으로 골인 지점이..

나이가 주는선물

나이가 주는 선물 조 은 미 코로나 19 !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정체를 알 수도 없는 이 물건 한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맥을 못추고 그냥 백기 들고 온 삶을 통째로 내어주고 이제나 저제나 이 전쟁이 언제 끝날까 움츠려 살다 우울증이나 생활고로 죽는 사람들이 속출한다니 참 어처구니 없고 이렇게 손 놓고 눈만 껌벅 거리며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될런지? 어쩌면 평생 적과의 동침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야 되는 건 아닐까? 싶어져 염려가 되기도한다. 우리 나라 한 해 독감으로 죽는 인구가 2천명이 넘는데 비해 코로나로 죽은 사람은 고작 3백명 남짓 상회한다는데 코로나의 코자만 들어도 납작 업드려 그저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추석에 식구들 만나는 것도 자제하라면 가만히 구들장 지고 집 지..

코로나와 맞장 뜨던 날

코로나와 맞장뜨던 날 조 은 미 코로나 이 녀석하고 팔자에 없이 한 끈에 얽힌 적과의 동침도 반년이 넘어가니 함께 지내야하는 현실이 신물이 나지만 살아내다 보니 이녀석 특징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고 처음에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어 숨소리 조차 못내던 공포심에서 조금씩 벗어나 이젠 맞장이라도 한 번 떠볼까 싶은 베짱이 생긴다. 유리알같이 유난히 파란 하늘 ! 가을이 들어와 인긴다. 그냥 이녀석과 집 구석에서 딩굴기는 너무 억울 하여 마스크 중무장하고 여고동창 몇이 파주 광탄면 마장 출렁다리를 찾는다. 보광사 근처 몇 십년 내려오는 원조 할머니 손맛으로 유명한 보릿고개에서 정갈하고 토속적인 나물로 그득한 맛난 보리밥을 대접하는 친구의 넉넉한 인심에 한껏 행복한 점심을 먹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나무 계단을..

작은 행복

작은 행복 조 은 미 코로나 19로 집콕하며 계절을 잊고 산지도 어느새 반년이 실히 넘어가는가 싶다. 어제 친구가 단톡에 올린 길상사의 꽃무릇 만발한 사진을 보고서야 그래 꽃무릇이 필 때지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꽃무릇을 보러 길상사를 향해 서둘러 집을 나선다. 작년 이맘때 불갑사의 상사화 흐드러진 불꽃 바다가 눈에 선하다. 비록 불갑사 만큼은 못하겠지만 지척인 서울 시내에서 그만한 장관을 볼 수 있는 것만도 황감하지 싶어 번팅으로 친구와 약속을 잡는다. 동대문역사공원 역에서 4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한성대역에 내려 6번 출구로 나가니 마침 길상사 가는 2번 마을 버스가 도착한다. 굽이굽이 웅장한 성북동 저택이 즐비한 오르막을 지나 바로 길상사 앞에 하차한다. 주말이라 시민들과 출사객들로 붐비는 길상사 경내..

요거, 요거 대박

요거 , 요거 대박 조 은 미 냉장고 파먹기도 바닥이 날 즈음 어느 적 먹다 놓친 신김치 . 언제 모두 버려야지 별르던 물건이 이렇게 대박을 칠 줄은! "묵은지 김치찜" 번뜩 눈에 띄는 유투브 요리 프로 제목. 오늘은 저 녀석을 환골탈퇴 시킬 조리법에 귀를 기울이며 손은 부지런히 강사의 설명을 따라 해본다. 신 김치 한 포기를 물에 씻어 2~30분 울궈낸 다음 건져 손으로 죽죽 먹기좋은 크기로 찢어 준비하고 간 마늘 , 파 , 청양고추, 홍고추 쫑쫑 썰어 넣고 된장, 식용유, 들기름 각각 2큰술씩 넣어 조물조물 무쳐 팬에 볶은 후 다시마, 멸치, 양파 같이 넣고 우린 육수를 재료가 잠길 정도로 잘박하게 부어 국물이 거의 없어질때까지 푹 졸이면 맛난 묵은지 김치찜이 완성된다. 완성된 김치찜에 마지막으로 통..